“그냥 털 많은 개 아니야?” 한눈에 보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삽살개는 한때 멸종 위기까지 갔던 문화재급 전통견이다. 심지어 귀신을 쫓는다는 믿음 아래 한국 민간신앙의 수호견으로 숭배되기도 했다. 지금은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지정되어 보호받으며, K-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신비로운 역사와 특징, 현대 문화 속 이야기까지 모두 정리한다.
🐾 이름의 뜻부터 특별한 삽살개
삽살개(揷殺犬)는 이름부터 특별하다.
- 삽(揷): 내쫓다
- 살(殺): 제거하다
즉, 귀신과 액운을 쫓는 개라는 의미다. 이 이름은 순수 한국어에서 비롯되었으며, 삽은 '없앤다' 또는 '쫓는다', 살은 '귀신' 또는 '재앙'을 의미한다.
신라 후기(9세기경)부터 전해지며 왕족과 무속인들에게 재앙을 막고 복을 불러오는 길한 동물(Good Fortune Animal)로 여겨졌다. 이는 삽살개의 이름 자체가 퇴마적 상징을 담고 있기 때문이며, 사람들은 실제로 영적 보호 기능이 있다고 믿었다.
🐾 길한 동물로 여겨진 이유
삽살개가 길한 동물로 여겨진 데에는 몇 가지 구체적인 이유가 있다.
① 외형에서 느껴지는 위엄
머리가 크고 몸집이 당당하며, 사자처럼 꼬리를 치켜세운 모습은 강인한 인상을 준다. 눈을 가릴 정도로 풍성한 털은 신비로움을 더하며, 단순한 반려동물 이상의 상징적 존재로 여겨졌다.
② 보호 본능이 강한 성격
낯선 사람에겐 경계심을 보이고, 가족에게는 충성심과 애정을 드러낸다. "가족을 지키는 용맹한 개"라는 인식이 퍼지며 집안 수호자로 인식되었다.
③ 민속신앙과 풍수적 해석
민담과 설화 속에서 삽살개는 도둑, 귀신, 재앙을 막는 존재로 등장한다. 마당에 풀어두면 나쁜 기운을 눌러주고, 그림을 문에 붙이면 부적처럼 집을 지킨다고 믿었다. 이는 풍수 사상과 결합해 더욱 신비로운 존재로 각인됐다. 삽살개는 강한 인상을 주는 외형과 독립적인 성격을 동시에 가진 전통견이다.
구분설명
- 머리가 크고 꼬리가 위로 말려 있어 사자와 비슷하다.
- 눈은 긴 털에 가려 잘 보이지 않으며, 성장하면서 털 색이 밝아지는 경향이 있다.
- 이중모(Double Coat) 구조로 황사나 추위에 강하다.
성격은 용맹하고 가족 보호 본능이 강하다. 주인에겐 충성스럽고 애교도 많지만 낯선 사람에겐 경계심을 보인다. 다른 동물과의 관계에서도 자기주장이 강하다.
- 평균 수명은 약 12~15년이며, 관리에 따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 일제강점기 학살과 복원 스토리
삽살개는 일제강점기(1910~1945)에 부드러운 가죽과 풍성한 털 때문에 대량 도살되며 멸종 위기에 처했다. 일제는 삽살개를 '미신의 상징'이라 폄하하고 제거하려 했다.
1960년대 말, 경북대학교 교수진이 복원에 나섰고 1985년 권병호 박사가 안동에서 삽살개 8마리를 확보하며 이 개체들은 이후 경산의 사육 시설로 옮겨져 복원 및 증식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중 일부는 유전적으로도 순수해 보존 가치가 높았다.
결국 1992년 삽살개는 '경산의 삽살개'로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지정되었고, 2024년 기준 약 900여 마리가 등록되어 있다.
🐾 문화 속 삽살개 이야기
삽살개는 현대 대중문화에서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 하회마을에서 관광객들에게 인상 깊은 존재로 소개됨
- BTS RM이 안동 여행 중 삽살개 캐릭터와 사진을 SNS에 업로드해 주목받음
- 유튜브 애니메이션 ‘백강이와 삽살이’는 어린이들에게도 친숙한 콘텐츠로 자리 잡음
입양도 가능하지만, 문화재 보호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한국삽살개재단 등에서 철저한 심사 절차를 통해 진행된다.
🐾 삽살개 키우기 팁
삽살개는 활동량이 많고 독립적인 성격을 지녔다. 넓은 공간과 충분한 운동이 필요하며, 마당 있는 주택 환경이 적합하다.
- 털이 많아 주기적인 빗질과 목욕은 필수다.
- 털갈이 시기엔 하루 1회 이상 브러싱이 필요하다.
- 앞머리 털은 시야 확보와 위생을 위해 정기적으로 다듬어야 한다.
성격상 가족에겐 애정이 깊고 충성심이 높지만, 낯선 사람에게는 경계심을 보인다. 사회성과 복종 훈련은 어릴 때부터 병행하는 것이 좋다. 다른 동물과 함께 키울 경우 초기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입양은 한국삽살개재단이나 복원센터를 통해 가능하며, 반드시 문화재 보호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삽살개는 단순한 반려견이 아닌, 역사적 의미를 지닌 소중한 토종견이다.
- 삽살개 재단 홈페이지
http://www.sapsaree.org/
삽살개는 단순한 ‘견종’이 아니다
삽살개는 단순히 귀여운 외형만 가진 개가 아니다. 한국의 역사와 정신, 신앙, 아픔, 그리고 복원의 가치가 담긴 살아있는 상징이다. 이제는 전통과 현대를 잇는 연결고리로서 K컬처의 한 축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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