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은 단순한 조경이 아니다.
동양과 서양은 정원을 통해 자연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사람과 연결할지에 대한 **세계관(Worldview)**을 담아왔다.
눈앞의 경치 너머, 철학이 있고 미학이 있고 감정이 있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걷고 있는 정원이 동양풍인지 서양풍인지 구별할 수 있다면,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사고방식도 이해할 수 있다.
🏛️ 서양 정원: 수학과 규칙으로 자연을 지배하다
서양의 전통 정원, 특히 르네상스(Renaissance) 이후의 유럽 정원은 **기하학(Geometry)**과 **대칭(Symmetry)**을 중시한다.
대표적인 예로 **프랑스식 정원(French Formal Garden)**에서는 중심축(Axis)을 기준으로 좌우가 완벽히 대칭되며,
길과 나무, 분수까지 수학적 계산에 따라 배치된다.
이런 정원의 철학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Controlling)**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자연을 '형식(form)' 안에 넣고, 일정한 패턴으로 나누며, **인공적 질서(Order)**를 부여하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예는 **베르사유 궁(Versailles Garden)**의 미로(Maze)와 구조적 생울타리(Hedge)다.
🧘 동양 정원: 자연과 하나 되는 관계의 미학
반면 동양 정원은 **자연과 조화(Harmony with Nature)**를 추구한다.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과 일체가 되려는 관계 중심적(Relational) 사고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전통 정원(Korean Traditional Garden)**은 산의 능선과 숲, 바위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서 정원을 설계한다.
건축물과 식물 사이에는 경계가 없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단청(Dancheong)**이다.
단청은 건물 외벽에 **녹색(Green)**과 **자주색(Purple)**을 사용해 자연과 시각적으로 연결되도록 만든 장식이다.
**중국 정원(Chinese Garden)**과 **일본 정원(Japanese Garden)**도 마찬가지다.
곡선의 연못, 구불구불한 산책로, 바위와 작은 다리 등으로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며,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불규칙의 미학(Sharawadgi)**을 강조한다.
🏥 병원 정원에서 나타나는 동양적 감성
현대에도 동양의 정원 철학은 **치유 공간(Healing Space)**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병원 앞에 조성되는 정원에는 **우람한 나무(Huge Tree)**나 자연 친화적 식재가 많다.
이는 단순한 미관이 아닌, **생명력(Vitality)**을 전달하고
아픈 환자에게 에너지와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기 위한 설계이다.
이는 서양 정원처럼 형태나 비율보다, **‘사람과 자연의 감정적 연결’**을 중시하는 동양적 사고의 연장선이다.
‘치유’를 위한 정원 설계는 단순한 조경이 아닌 의도적 소통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동양과 서양의 정원은 단순한 조경 양식의 차이가 아니다.
자연을 어떻게 보고,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에 대한 철학적 관점의 차이이다.
서양은 형태로 자연을 정의하고, 동양은 흐름 속에 자연을 담는다.
정원을 보면, 그 문화의 세계관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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